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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RARY/2025

시골 도서관의 잔잔한 사건사고 << 변두리 도서관의 사건 수첩 >>

by 만개리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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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변두리 도서관의 사건 수첩
 

● 저 자   

모리야 아키코

가나가와현 출생. 2003년 왕조 미스터리 『천년의 침묵, 각색 겐지모노가타리』로 제1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을 수상하며 데뷔. 탁월한 인물 묘사와 스토리텔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일곱 공주의 환상』, 『깊은 산에 사는 목소리』, 『하얀 축연』 등이 있다.

 

● 옮 김   

양지윤

 

● 내 맘대로 평점   

작품성 ★★

대중성 ★★★★

창의성 ★★

 

● 서 평   

3주 만에 다시 일본책이다.

일본책은 읽을 때마다 편하다.

자극적인 소재가 적고 오밀조밀하게 주변에 소소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잘 풀어 낸다.

지난번 『다다미 넉 장 반』도 마찬가지였다.

 

4가지의 선택지를 모두 살아 볼 수 있다면 ㅡ 다다미 덕 장 반 _ 신화대계

● 제 목 다다미 넉 장 반 - 신화대계 ● 저 자 모리미 도미히코1979년 일본 나라 현에서 태어났으며, 교토대학 농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원 재학 중이던 2003년 『태

gum10000.tistory.com

 

역시나 가볍게 등장인물에 대해 알아보고 내용을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후미코 - 주인공. 20대 여자. 아키바 도서관의 막내 사서.

노세 - 같은 도서관 남자 사서. 기혼이고 외동딸이 있음.

히노 - 같은 도서관 여자 사서. 주인공보다 선배.

아키바 - 아키바 지역의 최고 유지. 1930년생 남자.

 

 

이 책은 일본의 도시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시골 변두리에 위치한 아키바라는 지역의 시골 도서관이 배경이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시골에 지어진 도서관인 셈이다. 도서관이 지어질 당시 일본 내 경제가 악화되어 건립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가 지역 유지인 아키바씨가 토지를 기증하여 어렵게 완공될 수 있었다. 변두리에 위치하여 따분할 만큼 찾는 사람들이 적다.

 

책의 내용대로 배경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런 모습인 것 같다.

 

 

도서관 앞에는 갈대숲이 펼쳐진 시골 풍경.

느낌이 올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전원일기가 떠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골의 모습들과 그날그날 시골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소재인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총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episode - 초딩들의 도서관 숨바꼭질

 

며칠 전부터인가 도서관 인근 키타초등학교의 학생 여럿이 도서관 숨바꼭질(도서관이 문 닫힐 때까지 도서관에서 숨어서 도서관 직원들에게 들키지 않기)을 하기 시작한다. 그 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급기야 감당하기 벅찰 수준까지 이르렀다. 기타 초등학교 내에 무슨 소문이 퍼진 것 같은데 아마도 그 장소가 도서관인 것 같다. 어느 날 3명의 남자아이들이 밤까지 귀가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여 동네가 발칵 뒤집히는 일이 발생했다. 도서관의 남자 선배 사서인 노세씨는 학생들이 이미 어디에 숨어있는지 짐작하고 있었고 찾아낸다. 아이들을 혼내거나 나무라지 않고 타일러서 가정으로 좋게 돌려보낸다. 아마도 자신의 아픈 딸이 생각나서 인 것 같다.

 

도시에서야 범죄와 연관 지을 법한 일이지만 시골에서는 작은 에피소드로 치부되는 것 같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두 번째 episode - 시대를 초월한 I 성향을 가진 노인들의 소통법

 

테라다 교수는 매일 아침 도서관에 들르는 백발 신사이다. 도서관 경영을 전공하였고 현재는 대학교 교직에서 은퇴하였다. 도서관 선배 사서인 히노의 대학교 은사이기도 하다.

미유키는 한때 문학소녀를 동경한 테라다 교수와 연세가 비슷한 할머니이다.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지 않은 백설공주 책의 표지 복사본이 여러 책 속에 꽂혀져 있는 일이 계속 생긴다. 또 여러 책들이 낮은 책장 위에 책등이 보이게 세워져 있는 이상한 일들도 덩달아 발생한다.

세워진 책들의 앞 글자만 연결해 보면 어떤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도서관의 탐정 격인 노세씨는 이미 이 사건의 추리를 완성하고 있었다.

이 일들을 벌인 범인은 바로 테라다 교수였다. 테라다 교수와 미유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떤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테라다 교수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미유키 할머니를 알아보게 되는데 극 I 성향을 가진 테라다 교수는 미유키 할머니의 앞에 나타나 아는 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소통법을 구상한 결과가 이런 일들이다. 타인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당사자는 바로 알아챌 수 있는 그런 방법. 미유키 할머니도 결국 알아채지만 삶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 주변의 가족들에게 충실하기 위해 테라다 교수의 신호를 모른체하기로 한다.

 

뭔가 두 분이 연결될 것 같아 기대를 하였지만 결말이 내심 아쉽다. 하지만 이런 미련을 남기는 것도 연민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세 번째 episode - 등잔 밑의 책 도둑

 

일본에는 3월 3일이면 히나마쓰리(제단 위에 인형과 음식을 올려 장식하며 여자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라는 지역 축제가 열린다. 어느 날 도서관의 120만 원 상당하는 미술서 여러 권을 도둑맞게 된다. 미술서 여러 권이 연체가 계속되어 6명의 도서 대여자에게 연락하였으니 하나같이 대여한 사실도 없고 도서관에 회원도 아니라고 한다.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일말의 단서도 찾지 못하던 어느 날 아키바씨가 편의점 복사기에서 발견된 6명의 대여자들의 리스트 출력물을 도서관으로 가지고 오게 되면서 실마리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한다. 시골 도서관에는 신분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우편물을 활용했는데 누군가 이 약점을 이용해 도서관에 회원으로 등록을 하고 책을 대여한 것이다. 히나마쓰리 지역 축제의 참가신청서가 도서관으로 오발송되었는데 그 참가신청서를 가로채 거기에 쓰여있는 정보를 도용한 것이다.

이 사건 역시 노세씨의 추리에 걸려들었고 도서관에서 청소를 하던 오노테라 아줌마의 소행으로 밝혀지게 된다. 오노테라는 어릴 적부터 미술서를 좋아하였는데 본인의 월급에 비하면 고가라 탐이 나 이런 일을 벌였다고 시인한다. 결국 오노테라는 미술서는 모두 반납되었고 도서관 청소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게 된다.

 

전산화가 느리고 아직 오프라인 서류 처리를 하는 일본답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에피소드였다.

 


 

네 번째 episode - 설녀

 

폭설이 내린 2월 추운 겨울.

폭설로 도서관은 조기 폐관하게 되고 남자 알바생과 후미코는 일찍 퇴근을 하게 된다.

퇴근을 하던 중 노세가 아키바씨에게 후미코를 하루 재워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후미코의 집은 지하철로 1개 정거장 거리에 있는데 눈이 많이 와 지하철이 운행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노세씨의 배려(?)로 아키바씨가 도서관으로 후미코를 데리러 왔고 아키바씨의 댁에서 저녁을 대접받게 된다. 식사 중 아키바씨는 말문이 터졌는지 옛날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중학교 시절 설녀를 봤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설녀는 일본 설화에 나오는 눈의 요괴로, 여자의 모습이며 눈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설녀를 여동생하고 분명히 보았는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있다.

다음날 눈이 그치고 도서관에 와서 노세씨에게 아키바씨에게 들은 설녀 이야기를 하니 노세는 이제야 퍼즐이 맞춰진다고 한다. 물론 정확하지 않은 뇌피셜이지만. 아키바씨는 어릴 적 삼촌이 할아버지에게 떡이 되도록 맞은 후 집을 나가버린 일을 목격했는데 아키바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즐을 맞춰보니 그 삼촌이 아키바씨의 집에서 일하는 식모를 건드려 임신을 시킨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당연히 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여 삼촌을 그토록 심하게 때린 것이었다. 그 시대에는 피임이라는 게 없어 아이가 생기면 무조건 낳았고 낳다가 또는 낳은 후 죽는 아이가 부지기수였다.

눈이 많이 오는 어느 날 식모들이 거주하는 건물은 따로 떨어져 있었는데 난방이 잘되지 않아 추웠다. 아키바씨 가족이 생활하는 곳은 따뜻한 곳이었는데 식모가 아이를 낳는 걸 배려(?)한 할아버지가 따뜻한 아궁이 옆으로 장소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식모들이 사는 건물에서 주인 가족이 사는 건물로 건너 사이 눈을 많이 맞아 머리부터 온몸에 눈이 쌓여고 그 모습을 아키바씨와 여동생이 보게 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설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대적으로는 크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지금 시대에는 안타까운 일 일수밖에 없다. 남자들이여 조심하라. 알지?

 

 

다섯 번째 episode - 밝은 곳을 향하여

 

40년도 더 된 책이 갑자기 도서관 책장에 꽂혀있다. 아무도 누가 가져다 놓은지 모른다고 한다. 책에는 폐교된 중학교의 책이라는 정보를 제외하고는 어떤 정보도 남아있지 않다. 역시 노세씨가 추적하게 되는데 첫 번째 episode에서 숨바꼭질했던 3인 중 스스무라는 아이가 가져다 놓은 걸 알게 되고 스스무는 어떤 아저씨가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 아저씨와 스스무는 어떠 책에 공통된 관심사에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아저씨가 희귀한 꽃이 있는 곳을 보겠냐고 물어보면서 꽃이 있는 곳의 위치를 지도로 그려주었다고 한다. 스스무는 그 위치를 자신의 지도에 옮겨 그리고 종이는 버린다. 우연치 않게 세노의 딸이 그 종이를 줍게 되는데 안타깝게 세노의 아내가 세탁기에 돌려버려 형태를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형태를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된 종이에서 일말의 단서를 찾아 고심하던 중 1~2가지 정보를 찾아내게 되고 그 아저씨의 이름까지 알아낸다. 그 아저씨의 이름은 시다 마코토.

시다씨는 어릴 적 자신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평생을 암울하게 살고 있었다. 그 책은 중학교 때 다니던 학교에서 대여한 책이었는데 전학을 가게 되었고 미쳐 반납을 못하여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중학교는 이지 폐교가 되어버렸고 인근 도서관에라도 반납을 하기로 한 것이다.

노세씨는 시다씨를 찾아가 할머니의 죽임에 대한 죄책감을 풀어주게 노력을 하였고 시다씨가 다시 밝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힘을 주게 된다.

 

부모님이 계시고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는 게 어릴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나이가 되면 그 보살핌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잘 알게 된다.

부모에게 아이는 가장 큰 인생의 선물이다.

 

 

 

이 책의 서평을 한 10줄 정도로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많은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책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많아 서평이 길어진 것 같다.

잠시나마 책을 통해 한적한 시골의 풍경과 일상적인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편안한 책이었던 같다.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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