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목
초전도체
● 저 자

김기덕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손 위에 올릴 수 있는 물질을 만들고 측정하는 실험물리학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후 같은 곳에서 전하 밀도파에 연구로 석사학위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양자 물질 박막을 만들어 빛과 중성자로 측정하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후 기초과학연구원 나노구조물리연구단에서 판데르발스 물질과 일차원 물질의 성질을 연구했으며,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눈에 안 보이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소자를 계측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2024년 현재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고온 초전도 박막의 물리적 성질을 연구하고 있다. 2023년 여름 한국에서 상온 초전도체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을 때 방송과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 출연하여 초전도체를 제대로 알리는 데 힘썼다.
● 내 맘대로 평점
정보성 ★★★★☆
● 서 평
이 책은 고체물리학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초전도 현상에 대한 책이다.
총 5장으로 되어있고 1장부터 3장까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초전도체와 관련된 사실과 인물들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고온 초전도체를 다루고 마지막 5장에서는 학계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스캔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 있다.
그럼 초전도체가 무엇인지부터 알고 시작해 보자.
초전도체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물질
재작년에 큰 이슈를 몰고 온 초전도체에 대한 책이다.
초전도체란 위에서 정의한 것처럼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물질이다.
초전도체의 성질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전기저항이 0이다.
- 초전도체 내부의 자기장을 0으로 만드는 '마이스너-옥센펠트 효과'를 보인다.
- '조지프슨 효과'와 '자기선속 양자화 현상' 같은 거시적 양자 현상을 보인다.
실험하기 어려운 셋째 성질은 생략되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첫째와 둘째 성질은 반드시 확인되어야 초전도체로 분류할 수 있다.
물리학에서는 켈빈(K)을 단위로 하는 절대온도를 사용한다. 절대영도(0K)는 열역학적으로 물질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이다.
섭씨온도로 환산하면 영하 273도가 절대온도 0K에 해당하고, 물이 끓는 온도인 섭씨 100 도는 373K이다.
영하 273도의 환경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한다면 인류의 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을 일이 될 것이다.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다.
전기저항은 왜 생기는가?
물질마다 저항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금속에서 전기저항이 생기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 물질에 포함되어 있는 결함이나 불순물 때문이다. 이런 결함이나 불순물은 전자가 이동하는 길에 놓은 장애물처럼 작용하여 전자의 경로를 휘게 만들거나 반대 방향으로 튕겨 보내기도 한다.
- 격자진동이다. 격자란 금속의 내부는 원자핵이 3차원 바둑판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구조이다. 전자는 이 격자진동에 진로 방해를 받아서 움직이는 방향이 바뀐다.
1장
초전도체의 발견
19세기에 일부 기체는 온도를 아무리 낮춰도 계속해서 기체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과학자들은 영원히 액화되지 않을 것 같은 산소(O), 질소(N), 수소(H), 헬륨(He) 등의 기체를 영구기체라 불렀다. 노력 끝에 산소는 90K에서, 질소는 77K에서 액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나머지 두 기체를 액화시키기 위해 영국의 제임스 듀어와 네덜란드 카메를링 오너스 두 저온 공학과학자가 라이벌 관계가 형성된다. 오너스가 3년간 실험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사이 1899년에 듀어가 먼저 수소를 액화하는데 성공하고 수소보다 훨씬 어려운 헬륨은 '냉기 공장'이라 불리는 오너스의 연구시설에서 1908년에 액화하는데 성공한다. 이 기세를 몰아 오너스는 1911년 저온에서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체를 발견한다. 하지만 초전도체는 온도, 전류, 자기장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너스가 발견한 초전도체를 '1종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 요약)
- 금속에서 전기저항은 격자의 결함과 진동(포논) 때문에 생긴다.
- 포논에 의한 전기저항 값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작아진다.
- 액체 냉매의 기화열을 활용하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 압력을 낮추면 기화를 가속시켜 빠르게 냉각시킬 수 있다.
- 냉매가 얼어버리는 어는점 이하에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 판데르발스 방정식에 의하면 임계온도 이하에서 기체에서 액체로의 상태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 기체의 온도를 내리기 위해 린데 공정(줄-톰슨 효과)을 사용할 수 있다.
- 1908년 오너스는 최초로 헬륨 액화에 성공했다.
- 헬륨 액화 성공으로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실험이 가능하게 되었다.
- 1911년 오너스는 저온에서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체를 발견했고, 1914년에는 영구 전류를 발견했다.
- 초전도체의 약점은 온도, 전류, 자기장이다.
2장
초전도체의 양자역학적 특징
※ 물질이 갖는 성질
- 상자성 (Paramagnetism)
- 특징 : 외부 자기장이 없을 때는 원자·분자의 자기모멘트가 무질서하게 배열 → 순자화가 없음.
- ex) 알루미늄(Al), 마그네슘(Mg), 텅스텐(W), 산소(O₂).
2. 강자성 (Ferromagnetism)
- 특징: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원자들의 자기모멘트가 자발적으로 한 방향으로 정렬.
- 외부 자기장과 함께하면 훨씬 강한 자기화 → 영구자석 가능.
- ex) 철(Fe), 코발트(Co), 니켈(Ni), 일부 합금(예: AlNiCo).
3. 반강자성 (Antiferromagnetism)
- 특징: 인접한 원자들의 자기모멘트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정렬해 전체적으로 상쇄.
- 외부 자기장에 대해 거의 반응하지 않음 → 상자성 보다도 약한 자기적 특성.
- ex) MnO, FeO, NiO 같은 전이금속 산화물.
- 1종 초전도체 : 수은, 알루미늄, 납 등 단일 원소로 이루어진 금속
- 2종 초전도체 : NbTi (니오븀-티타늄 합금), Nb₃Sn (니오븀-주석 화합물) 등 합금
2종 초전도체에서는 '자기선속 고정 flux pinning'이라는 재미있고 중요한 현상이 일어난다. 자기선속은 쉽게 말해 자기력 선의 개수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떤 단면에 작용하는 총 자기장이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초전도체의 공중 부양 실험 영상은 2종 초전도체를 이용할 실험이다.
※ 요약)
- 완벽한 전도체는 내부 자기장의 변화를 극도로 싫어한다.
- 마이스너 상태는 내부의 모든 자기장을 밀어내는 완벽한 반자성 상태이다.
- 자기선속 양자화는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거시적 양자 현상이다.
- 실험 결과 초전도체에서 전자는 마치 둘이 쌍을 이루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 초전도체는 거시적 양자 현상인 양자 터널링 효과를 보인다.
3장
초전도체 이론
과학의 방법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인 통제라고 한다. 변인 통제의 종류엔 조작변인, 종속변인, 통제변인이 있다. 연구를 할 때에는 조작변인을 바꾸고 통제변인은 고정하며 실험 결과로 종속변인이 바뀌는 것을 관찰한다. 실제로 조작변인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꽃이 자라는 속도에 어떤 요소가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한다고 하면 햇빛의 양, 물의 양, 흙의 종류 등 셀 수 없이 많다.
1935년 런던 형제의 초전도체 이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런던 방정식'을 발표했다.
초전도 이론의 퍼즐은 3가지로 인해 풀리게 되었다.
- 초전도의 원인을 실험적으로 밝힌 동위원소 효과
- 두 전자를 하나로 묶어 초전도 이론의 기반을 만든 쿠퍼쌍
- 수많은 쿠퍼쌍을 묶어 초전도를 기술할 파동함수

BCS 이론의 핵심 개념
1. 전자들의 협력 (Cooper pair, 쿠퍼 쌍)
보통 전자는 서로 반발(쿨롱 힘) 하지만, 초전도체 안에서는 격자진동(phonon, 포논)을 매개로 약한 인력이 생긴다.
이 힘 때문에 두 전자가 짝을 이루어 움직인다. → 이것이 쿠퍼쌍.
2. 쿠퍼쌍의 특징
보통 전자는 페르미온(fermion)이라 파울리 배타 원리에 따라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쿠퍼쌍은 두 전자가 짝을 이뤄 보존자(boson)처럼 행동 → 여러 쌍이 한꺼번에 동일한 양자상태에 모일 수 있음.
3. 에너지 갭 (Energy gap)
쿠퍼쌍을 깨뜨리려면 일정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자가 산란되지 않고,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를 수 있다.
즉, 전기저항 = 0 현상이 나타나는 원리.
ex)
- 일반 금속(상온) : 전자들이 사람들처럼 제각각 움직이다가 장애물(격자 불순물)에 부딪혀 산란 → 전기저항 발생.
- 초전도체(저온) : 전자들이 둘씩 손잡고 춤추며(쿠퍼쌍 형성) 집단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임 → 부딪혀도 끊기지 않고 매끄럽게 이동 → 저항 없음.
※ 요약)
- 동위원소 실험으로 포논과 전자의 상호작용이 초전도 현상의 핵심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 런던 방정식과 긴즈부르크-란다우 이론은 초전도체를 기술하는 중요한 현상론이다.
-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뿐 아니라 양자역학에 기반한 물질물리학에도 큰 기여를 했다.
- 아인슈타인도 초전도 이론을 고안하려 했지만, 당시 이론적 기술의 부재로 성공하지 못했다.
- 여러 물리학의 대가들이 초전도 이론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시 이론적 기술 부재와 실험 결과 부족으로 실패했다.
- BCS(Bardeen–Cooper–Schrieffer) 이론으로 초전도 현상이 설명되었다.
- 전자-포논 상호작용이 전자를 묶어 쿠퍼쌍을 만들고, 이 쿠퍼쌍들이 모여 응축되어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
4장
고온 초전도체
초전도 연구에서는 온도와 자기장을 각각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하는 그림과 같은 상도표를 많이 사용한다. 초전도 현상이 온도와 자기장을 따라 상전이를 일으키키 때문이다. 상도표를 그리는 건 올바른 이론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는 이론이라면 상도표의 형태로 수치적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요약)
- 1986년, 스위스 IBM 연구소의 베드노르츠와 뮐러는 기존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35K의 전이온도를 가진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
- 이 발견으로 고온 초전도체 연구가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 La-Ba-Cu-O가 발견된 바로 다음 해에 90K이 넘는 온도에서 초전도를 보이는 Y-Ba-Cu-O가 발견되었다.
- 연이은 두 발견은 물리학계에 초전도 열풍을 일으켰다.
- 초전도 현상처럼 보이는 것이 발견되었다가, 다시는 재현되지 않는 현상을 미확인 초전도 물체(USO)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23년 발견한 LK-99논문도 USO 일 확률이 높다.
- 고체를 연구할 때에는 평행이동 대칭성을 이용하여, 하나의 단위격자를 본다.
- 구리산화물 초전도체의 단위 격자는 구리산화물 층의 개수로 분류한다.
- 상도표는 물리 현상을 탐험하기 위한 지도이다.
- 구리산화물 초전도체에서는 홀 도핑을 이용해서 물질의 성질을 조절한다.
- 딥 도핑 된 영역은 홀 도핑을 증가시키면 초전도 전이온도가 점점 증가하는 영역이다.
- 이 영역에는 저온에서 일어나는 초전도 외에도 전하 밀도파와 슈도갭 등 흥미로운 물리 현상이 일어난다.
- 과도하게 도핑 된 영역에서는 초전도 전이온도가 도핑에 따라 감소한다.
- 과거에는 덜 도핑 된 영역에 비해서 과도하게 도핑 된 영역을 지루한 영역이라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5장
초전도체의 근황

수소 원자 두 개와 황 원자 한 개로 구성된 황화수소(H2S)라는 물질에서 혁명적인 발견이 이루어진다. 2015년 막스플랑크 화학연구소에서 악취 나는 이 기체를 눌러 203K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한다.
여러 양자 물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구리계 고온 초전도체인데, 고품질의 초전도체 박막을 만드는 건 매우 힘든 절차가 따른다.
- 박막을 연구하는 이유)
- 3차원 형태에서 물질을 아주 얇게 만들어 2차원으로 만들어 저차원의 연구가 가능하다.
- 박막을 만들면 표면과 계면 연구를 할 수 있다.
2024년 현재 고온 초전도 연구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니켈산화물 초전도체이다.
※ 초전도체의 응용분야
- 전자석 - MRI, 입자가속기
- 토카막 - 핵융합 발전에 사용
- 양자컴퓨터
- 자기장 가리는 기술 - 자기장 투명 망토
- 전력 손실이 없는 송전선
- 전기 비행기
※ 요약)
- 전자-포논 상호작용에 기반한 BCS 이론으로 전이온도를 설명할 수 없는 초전도체를 비통상적 초전도체라 한다.
- 구리계 초전도체를 시작으로 다양한 비통상적 초전도체가 발견되었다.
- BCS 이론에 의하면 가벼운 원자를 포함할수록 높은 전이온도에 도달할 수 있다.
- 원소 중에서 가장 가벼운 수소를 많이 포함하는 물질은 대개 전기가 잘 흐르지 않지만, 높은 압력을 가하면 금속은 물론 초전도체까지 갈 수 있다.
- 초전도체는 의학, 군사,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 초전도체는 구글, IBM 등 주요 테크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양자컴퓨터의 핵심 부품이다.
- 고체물리학은 물질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학문이다.
- 반도체 소자 등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많은 발견이 고체물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초전도체라는 물질이 거의 한 세 기반 전부터 물리학자들 사이에 연구가 되었다는 점에 새삼 놀랐다. 그 어려운 길을 과학자로서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워 보이는 길을 향해 나아가는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꼭 연구의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2년 전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초전도체 LK-99의 영상을 다시 보면서 마치려 한다.
>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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