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도 쉬운 한글로 번역해 쉽게 배우자 << 괘씸한 철학 번역 >>
● 제 목
괘씸한 철학 번역
● 저 자
코디정
본명 정우성.
에디터, 언어활동가, 변리사, 『생각의 기술, 바로 써먹는 논리학 사용법』을 포함하여 열 권의 책을 저술했다. 제2회 정문술 과학저널리즘상(인터넷부문) 수상,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에서 지식재산법을 가르치며, 『순수이성비판』을 번역 중에 있다. 유튜브 <코디정의 지식 채널>을 운영한다.
● 내 맘대로 평점
작품성 ★★★☆☆
대중성 ★★★★☆
창의성 ★★★☆☆
● 서 평
철학, 인문학에 관한 책을 손대지 않는다고 약속한지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손을 댔다.
하지만 이번엔 이유가 있다.
지난 4월에 같은 저자인 코디정의 『생각의 기술』을 잘 읽어서 저자가 쓴 다른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번에 딱 기회가 됐다.
논리학은 이 책으로 시작하라 << 생각의 기술 >>
● 제 목 생각의 기술● 저 자 코디정 에디터, 언어활동가, 변리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제2회 정문술 과학저널리즘상(인터넷부문) 수상, 『괘씸한 철학 번역』(2023), 『논증과 설득』(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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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생각의 기술』에서는 비평보다는 케케묵은 사람의 논점이 아닌 필자가 느끼기엔 젊은 감각을 더 느낄 수 있었다. 한 40대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정확한 나이는 찾지 못했지만 50대 중반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책은 근대 철학의 핵심 전환점을 이룬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한글로 번역한 번역서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순수이성비판』은 인간 이성이 경험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를 탐구한 철학서이다.
국내에 수많은 철학 번역서들이 존재한다.
한 가지 물어보자.
지금까지 본 철학서들이 소설책 보듯 쉽게 읽힌 책들이 있는가?
자신 있게 "네"라고 할 수 있다면 필자에서 추천을 해주시기 바란다.
인문학, 철학을 멀리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필자의 문해력 문제도 있겠거니와 책에 나온 단어의 뜻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크게 작용하였다.
이 책을 읽고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에 몇몇 유명한 국내 철학자의 실명을 거론하고 한국칸트회를 비평하는 내용에서는 국내 철학계의 쿠데타를 일으키는 중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얼마나 간절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으면 실명까지 거론했는지 말이다.
특히 2명이 많이 거론되었는데 두 분 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이었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이라는 점에서 큰 힘이 작용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철학은 동양 사상이 아니고 서양 사상이다.
당연히 번역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철학 책들은 원서를 번역하기 보다 원서를 번역한 일본 철학 책을 번역하는 방식이 더 많았다.
번역에 번역을 한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문화와 생각이 조금 때론 많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오해가 생길 부분이 많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한강 작가의 글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한강 작가의 글을 외국인이 받아들이기 쉽고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번역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벨번역상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오해를 이해하려면 출발을 철학에 대한 일본 번역서의 출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철학'이라는 단어는 일본의 니시 아마네라는 사람이 발명했다. 철학이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시간, 공간, 이성, 긍정, 부정, 명제, 개념 등의 단어도 발견했거나 발명했다. 그의 이런 발명품이 현대 한국어에 잘 편입되었다. 그러나, 그는 현대도 아닌 백수십 년 전의 일본인이다. 또한, 서양 정신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여 그것을 일본에 제대로 전파한 사상가도 아니었다.
니시 아마네
1829~1897. 일본의 번역가. 어려서부터 주자학을 익혔고, 1862년 막부 파견 유학생으로 네덜란드에서 서양의 학문을 배웠다. 1865년 귀국하여 메이지 정부의 관직에서 일한 후, 서양의 학문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철학, 미술, 소극, 적극, 가정, 능동, 수동, 가상, 경제학, 자유주의, 인지, 외연, 내포, 개념, 객관, 주관, 감성, 현실, 추상, 의무, 긍정, 부정, 본능, 이상, 감각, 공간, 원소, 목적, 심리학, 재현, 도식, 표현, 원자, 상상력, 분해법, 신학, 전칭, 특징, 단칭 등 종전에 없던 번역어를 만들었고, 예부터 전승된 한자어 중에서 오성, 의식, 관념, 명제, 인상, 과학, 시간, 관계, 조직, 인식, 직접, 주의, 표상, 논증, 예술, 계급, 성립, 논증 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번역어로 사용했다.
물론 그가 만든 번역어가 다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위에 네모 인용구에 그가 만든 단어들을 보면 대다수가 쉽게 알 수 있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전칭, 단칭 등은 처음 들어 본 단어들도 존재한다.
이 책의 핵심은 일본어로 번역되어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은 차치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철학의 내용도 어려운데 단어까지 어떠한 단어인지 떠올리면 철학 책을 읽는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철학은 어려운 학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예시로 일단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의 머리말부터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바꾸어 조금이나마 일반인들이 철학에 대한 문을 쉽게 두드릴 수 있게 하고자 하였다.
저자가 어떻게 단어를 바꿔나갔는지 대표적인 한 가지만 소개하고 바꾼 40개의 단어를 소개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단어 토폴로지
저자는 이 책의 초판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였다.
초판에서는 의미의 시공간은 4차원의 좌표를 갖는 공간으로 정의한 다음에 번역어를 검증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2차원의 좌표평면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3차원 또는 4차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3차원은 공감각적인 부분이 포함되어야 하고 4차원은 더 어렵다.
이런 과오를 이 개정판에서는 4차원 좌표에서 2차원 좌표로 과감하게 수정을 하였다.
기존 방법
수정된 방법
위 도표로는 이해가 어려우니 저자가 어떻게 토폴로지를 통해 이해하기 쉬운 한국어로 재번역하였는지 알아보자.
서양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10개를 꼽으라 하면
form
이 포함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단어가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그 이데아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세한 영어 번역은 이데아를 form으로 번역한다. 하지만 플라톤이 말하려는 이데아의 본질(즉, 완벽하고 절대적인 형식)을 나타내는 데에는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idea보다는 form으로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표현한다. 또한 이 단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이도스 eidos'이기도 하다. 이것을 일본 학자들이, 플라톤 철학을 지칭할 때에 '이데아'라고 번역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는 '形相(형상)'으로 번역했다. 그리고 한국 철학자들이 이를 받아들여 지금에 이른다. 플라톤의 form과 아리스토텔레스의 eidos는 동의어임에도, 전자는 이데아 후자는 형상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런 사소한 어긋남이 철학을 어렵게 만든다.
form의 번역으로서 형상이라는 단어의 경우, 그것이 철학 분야에서 사물 혹은 존재의 본질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물의 외관이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어려운 단어는 아니나 우리가 흔히 shape로 이해하는 사물의 외관이나 형태라는 의미로서 form의 뜻이 연상된다면, 우리는 결코 서양의 철학의 정수를 만날 수 없다(x=2). 그런 점에서 유사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그 의미가 다른 번역이다. 당연히 형상이라는 기호가 갖는 의미와, form이 갖는 철학적 의미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서 소통에 혼란이 초래된다(y=3).
서양 철학에서는 form은 이데아이며, 사물의 완벽한 본성을 뜻한다. 예컨대 모든 존재는 변화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고 가정할 때, 변화하는 부분은 결코 form이 될 수 없다.변하지 않는 부분만이 form에 해당한다. 인간의 form은 무엇일까? 육체는 form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변화하고 소멸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서양 철학자들은 인간의 form을 그 인간의 정신 soul로 봤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죽더라도 정신(영혼)의 불멸성이 논의되었던 것이다. form의 번역어로서 형식은 의미가 명료하다.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쉬운 단어이다(x=1). 철학 용어로서는 '완벽한'이라는 수식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약간 다르고, 그런 점에서 주석이 있어야 이 단어의 참뜻을 알 수 있다(y=1). 따라서 form의 번역어로서 '형식'의 단어 위상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이런 단어 토폴로지 방식으로 잘못된 번역어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바꾸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40개의 번역어를 바꾸는 방법을 소개하였는데 우리는 맛보기로 한 가지 방법으로 저자의 방식을 맛을 보았다.
40개의 번역어 분석 작업 일람을 표로 알아보고 이해해 보도록 노력해 보자.
영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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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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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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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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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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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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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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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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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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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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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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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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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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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st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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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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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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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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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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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r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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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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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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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ri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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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무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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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험적/선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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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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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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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e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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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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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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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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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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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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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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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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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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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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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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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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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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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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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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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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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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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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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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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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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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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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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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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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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표상) |
잡다/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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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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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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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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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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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ip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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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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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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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ular Jud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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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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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ular Jud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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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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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칭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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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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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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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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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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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lematic jud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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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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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판단/개연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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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ertoric jud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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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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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단/실연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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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dictic Jud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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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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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증판단/필연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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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의 철학 책의 번역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자는 도전(?)은 우리나라 철학의 발전에 환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철학 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꽂혔다. 이 책의 의미대로 해석되어 있지 않은 시중에 나와있는 거의 모든 철학 책을 읽기 주저가 된다는 점이다. 문해력에 대한 벽에 부딪혀 자신을 탓하기보다 번역을 한 옮긴이를 탓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 책의 순기능이 물론 크지만 역기능 또한 무시 못 할 만큼 커지는 안타까움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서평을 마친다.
> 2025.07.04